서구와 한국
서구와 한국
카진스키
이 나라 대한민국은 20세기 중반 독립과 그 후 냉전 질서의 한 편에 편입된 이후 제1세계 자유주의의 직접적 영향을 받으며 형성된 나라이다. 소위 자유진영에 속했던 한편 산업, 문화, 정치 등 국가 체계 전반이 전근대성, 후진성 등으로 불릴 수 있는 제3세계적 특성을 지니기도 하였다. 따라서 이 국가 전반에 형성된 정신은, 개별 담론의 다양성을 뛰어넘어서, 그 배경에 깔린 의식은 선진국을 배우자, 제1세계를 따르자는 것에 귀결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고려 공화국(ROK)의 역사란 서구화, 혹은 “보편화”를 향한 투쟁의 역사이라고 추려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투쟁은 김씨 조선의 몰락 아닌 몰락과 제2세계 공산권의 붕괴, 물적 풍요와 자유민주주의 제도의 도입 등을 통해 큰 맥락에서 완수된 것처럼 여겨졌다. 역사는 종언을 고했으며 지금부터는 세부적 요소를 “개혁”, “개선”하는 것이 국가로서 수행할 과제라는 것이 현대 한국 사회의 합의점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 세대의 선배들, 기성세대라는 인간들은 숲을 보았을지는 몰라도 나무를 보지는 못한 듯하다. 더 자세히 표현하자면 선진국 서구문명이라는 "형이상학적" 도그마에 사로잡혀 이들 문명권이 내부에서 부패하는 과정은 무시하고 그들 형식을 본 따 이 사회를 손질을 한다면 한국도 선진국이라는 이상에 도달할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한, 순진무구하면서 치명적인 오류를 현대 한국인들은 범한 것이다. 미국에서 남색가들이 설치는 것은 “서양의 문화”에 기반한 것이고 우리와 상황이 다르다, 인종갈등 및 “난민” 문제는 서구 백인들의 “인종주의” 때문이니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는 등 얄팍한 잡설을 늘어놓으며 저들 문명이 당면한 현실의 본질을 피하려 든다. 그네들 마음속 서구 선진국이라는 우상에 눈멀어 밟아온 길에 무엇이 놓여있는가, 이 국가, 민족의 미래에 어떤 결과를 부를 것인지 알려고 하지 않은 것이다.
기성 세대가 본 서구 선진국과 현재 소위 청년 세대들이 목도하는 서구 문명, 둘 사이에는 분명한,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반세기 가량의 시간만 흘렀을 뿐만 아니라, 그들 문명이 가지고 있던 건강한 측면, 배워 마땅한 점은 퇴색되어 역사의 뒤안길을 걷고 있으며 순환론적 역사관에 손을 들어주기라도 하는 듯이 보기 좋게 몰락하고 있다, 우리가 관찰하는 서구 문명이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재밌게도, “꼰대”, “틀딱”들이 가진 신앙을 “신세대”라는 인간들도 아무런 의심없이 수용한다. 수사적, 표면상으로는 더 “진보”한 것으로, 비인간적인 근대 물질문명의 잔재를 넘어서려는 것처럼 보이고 또 그렇게 포장되고 있으나 이들이 부패하는 서구 선진국을 모방하고자 하는 모습에서 과연 우리는 이 군상들이 이전 세대들의 낡은 신념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다양성", "관용", "여성인권", "소수자의 권리" 따위를 저들 선전매체로부터 베껴서 읊조리는 그 모습에서 우리는 오히려, 이 체제의 교육과 선전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에 대해 다시금 깨닫지 않는가?
제1세계를 자처하면서도 제3세계의 행동양식을 보이는 대한민국은 제1.5세계, “쩜오 국가”를 대표한다. 70년 가까운 세월동안 이 땅의 구세대와 신세대라는 자들은 시대적 특수성을 보일 뿐 근본적으로 서구 문명을 추종한다. 이들이 곧 역겨운 제6공화국 체제를 구성하는 분자들이다. 이 체제에 반하는 세력으로서 우리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가? 이 군상들이 서구를 수박 겉핥기 식으로 추종하는 것의 반대급부로 서구를 심층적으로 탐구해야 한다. 서구의 역사, 서구의 몰락, 어쩌면 우리 생애에 보지 못할 지도 모르는 긴 호흡의 붕괴 과정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좋든 싫든 이 땅은 유대점거의 문명권에 종속되어 있기에, 이 땅에서의 민족주의를 고심하는 와중에도 서구 문명에 눈을 떼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저 편에서 벌어지는 엽기적인 행태가 이 땅에서 "한국적인" 형태로 실현되는 모습을 예상하며, 저들이 세계 유대질서에 어떻게 대항하느냐에 우리의 행보가 정해질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에요. 이게 내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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