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적 민주주의의 이론적 전개
민족적 민주주의의 이론적 전개
김갑식
세간에는 민족주의의 요구와 민주주의의 요구가 상충되는 것처럼 파악하면서, 민주주의를 위해 민족주의를 청산하고자 하는 입장이 있다. 여러 민족이 공존하며 이들이 미국의 헌법을 매개로 민주주의의 주체인 하나의 '국민'으로 연결되어 있는 미국과 같은 사회에서는 어떠할지 모르나, 한국의 현실에 있어서는 민족주의와 민주주의는 상충되지 않으며, 이 두개의 요소는 인민주권을 진정으로 실현하기 위한 두개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피와 흙과 영혼을 공유하는 단일민족인 우리에게 있어 국민은 곧 같은 민족으로, 이러한 조건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은 민족적 동질성에 기초하여야 하며, 민족적 동질성은 민주주의의 실현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민중의 두가지 요구가 상충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우리의 특수성에 기초한 우리의 민주주의, 민족적 민주주의, 혹은 민주적 민족주의를 구상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서구식의 민주주의와 구분되는 우리 민주주의의 성격은 어떠한 것인가. 그 세계관을 정치, 경제, 사회 면에서 각각 파악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도의적 정치관
- 미국을 위시로 하는 서구식 민주주의가 사회계약론에 의거 개인과 개인을 매개하는 중심으로 '법치'의 중요성을 역설한다면, 우리의 민주주의에 있어 민중의 의지는 민족의지의 체현자이며 민족성의 인격적 표현인 초월적이고 신적인 지도자에 의해 대표된다. 여기에서는 선거나 투표가 아니라 지도자의 '결단'이 '민주주의의 꽃'이 되는 것이며, 제도적 요인보다는 지도자와 지도세력의 '덕치'를 기능하게 하는 인격적, 도의적 성격이 진정으로 문제가 된다. 이러한 민주주의는 반만년간 성숙한 우리 전통적 사회제도를 그 기초에 두고 있다.
2. 유기적 사회관
- 민족적 민주주의는 사회를 개인의 입장에서, 혹은 계급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일개 부분주의인 서구식 민주주의를 거부한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계약이 아닌 피에 의거하는 민주주의이며, 개개인의 타산적 이기심이 아니라 민족의 동포적 형제애에 기초를 두는, 하나의 총체로서 민족의 의지를 대변하는 민주주의이다. 여러 논자들이 이야기 하고 있듯이 원시로부터 우리 사회는 서구의 이익사회와 대비되는 공동사회이며, 이러한 사회에서 공동체는 개인과 개인의 투쟁의 장, 혹은 계급투쟁의 격전지가 아니라 독자적 의지를 가진 하나의 생명체로서 각 개인과 계급이 전체에 봉사하는 조화로운 협동체가 된다.
3. 협동적 경제관
-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개인간의 무한경쟁이나 계급의 이익을 위한 계급투쟁을 거부한다.노동자의 경제적 이익만을 앞세우는 노동운동은 민족의 이름으로 분쇄되어야 하며, 또한 민족의 척추인 노동대중을 압박하며 독점자본주의를 획책하는 자본의 횡포 역시 무자비하게 타도 되어야 한다. 우리의 민주주의 경제체제가 인민에게 호소하는 것은 단 한가지이다. - '민족이여, 서로가 서로를 도우라!'
결국 노동자의 이해와 자본가의 이익은 민족적 동질성이라는 대의 하에 해소되고 극복되어야 한다. 민족적 민주주의의 사회 하의 경제체제는 국가를 매개로 노동자와 자본가가 민족적 대의를 위해 상호 희생하는 코포라티즘 체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민족적 민주주의는 현대사에서 진정으로 실현된 적이 없었던 것이다. 이것의 참다운 이상은 나이든 미국 유학생과 긴 칼이 차고 싶었던 일제 장교에 의해 두번 배반당했고, 민족적 민주주의에 대한 이상은 '독재자의 지배논리'로 폄하되어 오늘날의 우리는 서구의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의 유일한 방식인양 신주단지처럼 숭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데올로기의 시민사회로부터의 추방이 그 생명력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었는데, 이는 이것이 날카롭게 포착했고 비판했던 문제들이 여전히 한반도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이것이 실현될 또 한번의 기회, 새로운 전환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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